몰빵영감의 이민 수기(2막2장)- 부제 미국에서의 생존(1)

911 후 입국이 다소는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공항에서 6개월 스탬프를 받았습니다..

물론 집안 살림은 먼저 배편으로 시카고로 부쳤습니다..

눈이 채 녹지 않은 공항 주변은 낯설었으나 도로 주변들은 영화에서 보고 책에서 많이 들어 왔던 갱스터 도시가 아닌

굉장히 깨끗한 느낌이었습니다.

추워서 옷도 벗지 않은 채로 잠자리에 누운 나는 왠지 모르게 그 순간 눈물을 흐르기 시작했고 집 사람과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도 따라 울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마치 도피자나 패배자와 같은 심정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왜 그렇게 눈물이 흘렸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미국 입국 후 한 1주일 정도 지나니 외숙모는 우리의 신분변경 준비를 한다며 우리 부부 여권을 달라고 하였고 나는 아무 생각없이 건넸는데

이것이 불행의 전주곡인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에게 아이들을 아직 학교에 보내면 안된다, 은행 어카운트 열면 안된다, 보낸다는 돈은 왜 안보내느냐 등등..

외삼촌 측의 성화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집사람은 무언가 이상했는지 돈을 먼저 넘기면 안 된다고 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여러 번 다투게 되었습니다..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이 4주 정도쯤 지날 무렵 너무도 지루하길래 잡을 찾아 나서겠다고 하니까 그때서야 그들은 갖고 있는 가게를 넘기겠다고 하며

호들갑을 떨면서 가게 하나를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 사람들 미국와서 플리마켓 비즈니스해서 돈 많이 벌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수한 플리마켓에 대한

기대를 굉장히 하게 되었습니다 ..

한편 집사람은 제가 가게를 인수할 무렵 동네 근처에 있는 한국뷔페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부터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있었는데, 식당일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나마 버틸 만 했던지 열심히 다녔습니다..

주급이라는 것도 받아 보고 또 팁이라는 것도 받아 오고…

생활비는 고사하고 매주 적자행진을 하더니 그러한 현상이 2개월 지속되었습니다. 인건비는 커녕 렌트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니가 지금 바로 무릎끓고 빌지 않으면 너의 차, 집 렌트등 모든 것을 빼앗겠다며 갖은 폭언과 협박을 하였습니다.

15살 아래 이종 사촌에게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해 본 건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남아 있던 그 재산마저 뺏기지 않으려고 아이들 보는 앞에서 그 놈들에게 마음에도 없이 무릎을 끓고 빌어야 했습니다..

아마도 내 살아 생전 그런 치욕의 날도 없었을 것입니다.

내가 결국 미국에 와서 죽는구나.. 거기에 홧 병까지 난 것 같아서 더욱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날마다 약 오르고, 분노하고, 화가 나서 속에서 울화통이 치밀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내가 변할지 몰랐습니다.

우리아이들.. 내가 죽으면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는데..아이들 때문에 이곳에 왔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되지.

라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기가 힘들었습니다.

매일 술을 마시면서 어떻게 하면 그 놈들은 어떻게 잔인하게 죽일 것인가 골몰하였습니다..

매일매일 그들을 죽여야 한다고 항상 자기 최면을 걸었습니다..

꽁짜로 쉽게 이민 오고 남이 차려 놓은 밥상에 손 안대고 먹으려다 큰 코 다쳤다고 인생공부 했다 치자는 아내의 설득에 감동되어

자살의 마음을 돌려 먹게 되었습니다.

이젠 독하게 살기로 마음 먹었으니 모든 것은 내가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집렌트, 자동차소유권은 그놈들 명의로 되어 있었습니다..

난 이게 죽기보다 싫었고 이것을 어떻게 해서라도 그들로부터 모든 것을 떼어 내려고 생각했습니다..

가게를 정리하기 위하여 U-Haul 차량을 빌리려고 갔더니 너는 미국내 운전면허없으니 불가하다는 말을 듣고 내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 엉엉 울기까지 하였습니다..

결국 어느 유학생의 도움으로 차량을 빌린 후 해결은 됐지만..

가게를 정리한 후 쌓아 놓은 물건을 팔 수 있는 곳을 수소문 한 끝에 시카고 주변 플리마켓이란 곳이 있는데

이 곳에 팔 수 있다고 하여 플리마켓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갖고 있던 미니밴에다 물건을 싣고서 처음으로 흑인마을이 있는 시카고의 남쪽에 위치한 플리마켓이란 곳을 가 보았습니다..

차안에는 팔 물건과 좌판대와 함께….

백인, 흑인, 멕시칸, 한국사람이 섞여 있는 상인들 틈에 끼여 좌판을 벌인 결과 50불 정도의 물건이 팔린 것이었습니다.

또 그곳에서 만난 한 흑인셀러가 다른 플리마켓도 알려 주어 그 다음날에 가서는